신선 찾아 방선문 가는 숲길 (3화)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정선애 기자l승인2014.12.11l수정2015.04.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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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람쥐궤
 
아가야 다람쥐야 혼디 놀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궤는 흔히 깎아지를 절벽과 바위가 뒤엉켜 동굴처럼 형성된 곳을 일컫는데, 이곳이 마침 박쥐의 서식지이기도 하여 다람쥐궤라 불린다.

다람쥐궤에는 바깥보다 더 서늘한 기온이 감도는데 겨울에는 얼음이 얼고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다람쥐궤

또한 다람쥐궤를 마주보고 펼쳐진 소낭밭은 일제 치하에서 관청에 빼앗겨 관전(官田)으로 불리다가 이후 마을 명의로 이전된 곳이지만 이밭은 빈곤하던 옛 시절 영양부족과 질병으로 안타깝게 죽은 아기들의 무덤을 마련했던 곳으로고 알려져 있다.

 

아이를 먼저보낸 부모들의 한과 슬픔이 애달프게 배어 있는 곳이라 어느 무덤이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게 표석조차 세우지 않았다는데, 누구의 자식이든 함께 슬퍼하고 아파하며 서로를 치유하던 마을 공동체의 흔적이 남아있어 오늘날 이 길을 걷는 도시인들에게 애잔한 마음을 전해주는 듯하다.

 

다람쥐궤와 몰래 쓴 아이들의 묘가 있는 소남밭 길목에서 박쥐들이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날아오를 때면 아이들의 혼령과 놀이를 하는 듯 이따금씩 바람이 이는데, 주변보다 낮은 온도차로 인한 음산한 으낌에 문득 다른 세상인 양 지나치는 이들의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찌보면 항소에서 들려오는 서답소리와 창꼼소에 비친 밝은 달에 놀란 아이들의 수선스러운 소스라침이 아닐까.

 

다람쥐: 박쥐의 제주말

소낭밭 :소나무밭

 

6. 판관소

어진 목사의 덕행에 감복한 신령님의 선물, 마르지 않는 큰 내...

▲ 판관소

판관소는 한천을 대표하는 크고 넓은 소이다.

이곳의 물은 예로부터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어도 여간해서 마르지 않아 한천에서 멀리 떨어진 연미마을 사람들도 먼 길을 마다않고 허벅을 지고 와서 물을 길어 나르던 베풂이 많은 소이기도 하다.

 

특히 이 소(沼)의 물이 마를 즈음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곤 해서 동네 사람들이 한해 농사일을 가늠하던 신령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옛날 한천 숲길을 따라 방선문으로 향하던 판관 일행이 가마나 말을 타고 오르다가 이곳 물로 목을 축이면서 가마꾼과 말몰이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되새기면서 말에서 내려 목민관의 자세를 가다듬었다고 하여 판관소라 불리게 된 연유를 가진다.

 

한편에서는 판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이 목사의 훌륭한 선정을 칭송하던 마을 사람들이 판관소에서 목사의 어짐이 자자손손 계속되기를 바라는 서원(誓願)을 한라산 신령에게 빌고 빌어 마르지 않는 소가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옛이야기의 교훈을 받들어 제주에 부임한 판관들은 판관소의 물로 갈증을 덜어내고 소(沼) 옆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바위 아래 앉아 시 한 수를 읊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백성에 대란 도리를 다짐했다하여 그 바위를 판관바위라 불렀으며 지금도 오라올레길에 온전히 남아 있다.

 

 

7. 애기소

붉고 슬픈 사랑의 참꽃

... 애랑과 배비장의 못 다한 사랑

▲ 애기소

옛날 제주목에 애개라는 기생고가 신관목사가 봄날 방선문에 피어나는 참꽃처럼 붉디 붉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조정의 부름을 받은 목사는 조만간 애개를 곁에 부르겠노라고 철석같이 약조하고 서울로 떠났으나 오랫동안 마주하지 못하니 먹돌같이 단단했던 사내의 약속도 부평초처럼 흩어지고 결구 변심한 목사는 애개를 까맣게 잊고, 제주에 홀로 남은 그녀는 기약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 그만 둘만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본래에는 애개소라 불리다가 오늘날은 애기소로 불리고 있다.

 

애개 : 사랑스러운 기생이라는 뜻도 있고, 혹은 제주말로 ‘아기’라는 뜻을 가진다.

지금은 애개가 애기로 변하여 불려지고 있다.

 

제주사람들은 애개의 사연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판소리 열 두마당의 하나인 배비장전으로 만들었고 배비장을 웃음거리로 만든 얘기는 육지사람들에 대한 애개의 작은 복수가 아닐까?

애기소 내창 가운데를 걸어 남쪽으로 한바탕 걸어 오르면 목사와 애개가 올라앉아 사랑과 풍류를 즐겼다는 숨은 기암들의 절경이 나타나는데 이곳을 ‘곱은내’라고 한다.

 

참꽃 : 제주 고유의 철쭉

곱은내: 숨겨진 내 (내가 말라 있을 때 걸어가기 쉬운 곳이다.)

 

<출처>신선찾아 방선문 가는 숲길
김맹하 외-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

정선애 기자  jsa@jeju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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