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은 연잎을 벗겨주세요.

이경화 발행인l승인2016.04.06l수정2016.04.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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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동에 사찰밥상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곳은 범상치 않은 옛 물건들과 애써 가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정원은 제주 가옥의 정치와 또 다른 고풍스런 느낌을 안겨 준다.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며 돌 디딤돌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밥을 먹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준다.

이곳 식당 이름도 참 예쁘다. ‘다소니’

사랑하는 사람을 순수 우리말로 다소니라고 한다.

‘다소니’라는 이름도 좀 생소하다고 생각되는 이곳은 시내 골목 안에 있어 차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점심시간에 이미 식당 안은 오래된 마루 바닥나무로 된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의 폭을 좁게 만들어 마주앉아 있는 사람과 더 다정하게 속삭일 수 있도록 만든 것 같다.

천장과 등 작은 소품들도 모두 고가구나 고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창밖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가 식당안 사람들을 바라보듯 유리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쯤 되면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운치나 분위기로 한몫은 충분히 한 듯하다.

음식 메뉴는 단출하다. 비빔밥, 들깨수제비, 연잎밥, 들깨칼국수, 메밀 칼국수, 들깨 메밀칼국수, 들깨죽, 도토리묵이 전부다. 들깨와 메밀 도토리묵 그리고 야채 등 건강채식이 주재료인 것이다.

직접 이곳에서 만드는 요리들이라 메밀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고소한 들깨에 메밀로 빚은 수제비와 칼국수는 먹을수록 담백하고 입안에 겉도는 맛이 없다.

연잎밥은 은행, 밤, 연근 등과 함께 찰지게 익혀 나온 뒤라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달콤하고 씹는 맛이 좋다.

반찬에도 제철 나오는 나물과 무절임, 소금으로만 간이 된 김치 그리고 연잎밥에 함께 차려진 도토리묵 등 자연밥상이다.

화학조미료나 젓갈도 쓰지 않은 찬들이라 먹어도 혀끝을 자극하는 맛은 전혀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마시는 메밀 차는 잘 대접받은 기분마저 들게 한다.

사람으로 치면 전혀 꾸미지 않아도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말투 그리고 예의 바른 모습에 끌리는 마력을 갖고 있는 그런 밥상이다.

쥔장의 모습이 그러하다. 그러니 이런 요리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벚꽃이 날리는 날 연잎밥에 메밀차가 다시 그리워진다.

이경화 발행인  sabina@jeju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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