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제주여행 (보글보글 ~슬기식당)

살이통통 동태찌개~ 제주사람만 안다는 진짜 중의 진짜 정선애 기자l승인2015.01.14l수정2016.01.05 17:2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조금 더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없을까?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점심메뉴의 선택은 시간이란 채찍에 쫓겨 ‘간단히,빨리,비용에 맞게’란 전제하에 시작된다.

가끔 우리는 ‘맛있는 무엇을 먹는다는 것’을 꼭 없는 시간을 할애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찾아다녀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역으로 생각하자. 평일 바쁜 업무 와중에도 모든 사람은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제공받는다.

정오의 꿀맛같은 한 시간을 단지 휴식을 위한 시간이 아닌  내 스스로에게 오감만족을 주는 업무에 대한 보상타임이라 생각한다면, 오전내내 굳어있던 몸에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점심이야말로 업무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하루의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내 몸이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더불어 점심메뉴 선택에 대한 짜증도, 맛없는 걸 억지로 먹으며 돈을 내야한다는 불평도 사그라질 것이다.

잠시 기다려서라도 맛있는 것을 먹어보겠다는 용기가 생겼다면 한번쯤 제주 구시가지권 건입동 674-25번지에 위치한 슬기식당에 가보자. 유동인구도 적고 상권에서도 떨어진 이곳은 아직까지 제주도민 중에도 안다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다.

이 곳은 단일 메뉴로 동태찌개만을 고집한다. 13일 13시경 오히려 약간 늦었다 싶은 타이밍에 이곳을 찾았음에도 앞에는 다섯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문은 가게 안에 들어가 홀에 있는 남자사장님에게 몇 명인지 말하고 다시 나가있으면 된다. 순번 대기표는 따로 없지만 대기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바깥을 쑥 둘러보기만해도 바로 알고 어느팀 들어오라고 말하신다. 이미 사람을 기억하는 일에 도가 트였음이다.

제주의 맛집이라면 —특히 점심장사를 하는 곳 같은 경우에— 오전에 식당문을 열고 보통 오후3~4시 사이 준비된 음식이 끝날즈음 문을 닫는다. 그렇게 하더라도 테이블 회전율이 빠르고 장사가 잘되기 때문. 또 마감 후에는 오히려  다음날을 위한 준비에 바쁘다.

이곳 슬기네는 더욱 배짱이 좋다. 오픈시간은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로 4시간만 영업을 하고 하루 장사를 접는다. 시간에 늦어 못먹는 것은 그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의 몫이다.

가게 안은 그리 크지않다. 테이블이5개, 안쪽 평상에 4인용 앉는 테이블이 2개다. 주방은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가 맡고 홀은 그 아들 전담, 바쁘다싶어 막걸리라도 그냥 테이블로 가져오면 “물은 셀프, 막걸리는 주문!”이라는 굵고 짧은 한마디에 멋쩍어 질 수도 있다.

메뉴는 동태찌개 하나로 가격은 7,000원이며, 옵션으로 매운맛 안매운맛 두가지 맛에서 선택 가능하다.

매운맛동태는 빨간 국물찌개로 깊이있는 칼칼함이 먼저 혀를 공략, 톡 쏘는 매운맛으로 먹는 이의 혀를 굴복시킨다. 안매운맛동태는 하얀국물찌개로 깔끔하고 담백함 뒤에 진한 생선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둘다 추운날, 비오는 날 막걸리에 제격이라는 것은 이미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테이블을 보면 알 수 있다.

밥을 한껏 먹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손님들의 얼굴을 보면, 약간의 상기된 표정과 함께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읽을 수 있다. 물론 식사를 마친 후 내 얼굴표정도 저들과  같을 것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순서다.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수용할 가치는 충분하다. 여행으로 제주를 찾는 분들이라면 제주공항에서 식당까지 동쪽방향으로 자동차 이용시 약 15분이면 되니 즐거운 한끼를 관광하고 가도 좋겠다. 오히려 거주지로 돌아갔을 때 동태찌개하면 이곳 슬기식당만 생각날 수 있으니 주의바란다.

음식이란 입으로 들어와 식도를 거쳐 위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은 모든 감각을 일깨우며 입가 근육까지 한껏 올리지 않는가.

정선애 기자  jsa@jejusidae.com
<저작권자 © 제주시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선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20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두모9길 9-4  |  대표전화 : 064-759-4321  |  팩스 : 064-759-4322
상호 : 주식회사 제주시대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58   |  등록일: 2014년 11월20일  |  발행·편집인 : 이경화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이경화
Copyright © 2019 제주시대. All rights reserved.